2010. 3. 1. 22:24ㆍ시가있는쉼터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 한용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사랑한다는 말을 안 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
잠시라도 같이 있음을 기뻐하고
애처롭기까지 만한 사랑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나 당신을 그렇게 사랑합니다.
"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한용운 . 韓龍雲
1939년 회갑을 맞아 찍은 사진 자료를 기본으로 하여
옥문성 화백께서 1991년에 완성한 영정이다
출생 : 1879년 8월 29일 / 충남 홍성
사망 : 1944년 6월 29일 / 서울 성북동
본관 : 청주(淸州)
호 : 만해(萬海 ·卍海)
별칭 : 속명 유천(裕天), 자 정옥(貞玉), 계명 봉완(奉玩)
주요수상 : 건국훈장 대한민국장(大韓民國章)(1962)
주요저서 :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 님의 침묵
충청남도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 492.
도지정 기념물 75호. 한용운 선생의 생가
한용운은
1879년 8월 29일 충청남도 홍성에서 출생하였다. 서당에서 한학을 배우다가
동학농민운동에 가담했으나 실패하자
1896년(건양 1) 설악산 오세암(五歲庵)에 들어갔다가,
1905년(광무 9) 인제의 백담사(百潭寺)에 가서 연곡(連谷)을 스승으로 23세에
승려가 되고 만화(萬化)에게서 법을 받았다.
1908년(융희 2) 전국 사찰대표 52인의 한 사람으로 원흥사(元興寺)에서
원종종무원(圓宗宗務院)을 설립한 후 일본에 가서 신문명을 시찰했다.
1910년 국권이 피탈되자 중국에 가서 독립군 군관학교를 방문, 이를 격려하고
만주·시베리아 등지를 방랑하다가 1913년 귀국, 불교학원에서 교편을 잡았다.
이해 범어사에 들어가 《불교대전(佛敎大典)》을 저술, 대승불교의 반야사상
(般若思想)에 입각하여 종래의 무능한 불교를 개혁하고 불교의 현실참여를
주장하였다.
1916년 서울 계동(桂洞)에서 월간지 《유심(唯心)》을 발간,
1919년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서 독립선언서에 서명,
체포되어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1926년 시집 《님의 침묵(沈默)》을
출판하여 저항문학에 앞장섰고, 이듬해 신간회(新幹會)에 가입하여 중앙집행
위원이 되어 경성지회장(京城支會長)의 일을 맡았다.
1931년 조선불교청년회를 조선불교청년동맹으로 개칭, 불교를 통한 청년운동을
강화하고 이해 월간지 《불교(佛敎)》를 인수, 이후 많은 논문을 발표하여
불교의 대중화와 독립사상 고취에 힘썼다. 1935년 첫 장편소설 《흑풍(黑風)》을
《조선일보》에 연재하였고, 1937년 불교관계 항일단체인 만당사건(卍黨事件)의
배후자로 검거되었다.
그 후에도 불교의 혁신과 작품활동을 계속하다가 서울 성북동(城北洞)에서
중풍으로 사망하었다.
시에 있어 퇴폐적인 서정성을 배격하고 불교적인 ‘님’을 자연(自然)으로
형상화했으며, 고도의 은유법을 구사하여 일제에 저항하는 민족정신과 불교에
의한 중생제도(衆生濟度)를 노래했다.
1962년 건국훈장 대한민국장(大韓民國章)이 추서되었다.
작품으로는 상기 장편 외에 장편소설인 《박명(薄命)》이 있고,
저서로는 시집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 《조선불교유신론(朝鮮佛敎維新論)》
《십현담주해(十玄談註解)》 《불교대전》 《불교와 고려제왕(高麗諸王)》 등이 있다.
1973년 《한용운전집》(6권)이 간행되었다.
■ 작품 /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이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위에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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